가치를 창출하는 인간 활동은 노동이라 부를 수 있지만, 그가 노동자인지의 여부는 노동의 종속성에 달렸다. 거대한 공장이나 특정 공간의 사업장에서 수행되는 노동에 기반한 이 종속성은 노동을 지시하고 감독하며 징계할 수 있는 사용자를 전제로 한다. 노동을 수행하는 이는 사용자의 지시권한에 종속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노동의 성과와 책임은 노동과정을 구상하고 관리하는 사용자에게 귀속될 때 노동자로 인정받는다.반면 스스로 근무시간을 정하고 노동 대가를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의 노동은 독립 노동, 예컨대 자영업자의 노동으로
한 국가의 최고 권력자와 기자가 일대일로 나누는 인터뷰, 그것도 우발적이고 예측하지 못한 말들이 오가는 생방송으로 시민과 다른 언론 종사자들이 지켜볼 대통령과의 대화는 단순한 대담이 아니다. 약 90분 간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그 자체로 한 방송사가 시민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며 또 다른 층위에서 다양한 이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내는 발화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 논란이 되었던 KBS의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는 송현정 기자의 “끼어들기”와 같은 무례함이나 선택한 단어의 적절성, 또는 표정과...
해마다 12월 마지막 주나 1월 첫 주에 칼럼 기고의 청탁이 올 때면 예상되는 글감이 있다. 바로 ‘올해의 전망’이다. 편집자로서는 당연한 기획이고, 기고자에게는 익숙한 주제다. 연말연시면 거의 모든 매체에서 올해의 전망을 다룬다. 대통령부터 각 언론사 논설주간까지 ‘신년사’를 밝히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결산’이나 전망’을 내놓는다. 내게도 역시 같은 글감이 주어졌다. 아마도 2019년 미디어 전망일 듯싶다. 그런데 올해는 이 글감이 낯설게 느껴졌다. 꼭 기고문이 아니더라도 회사에서는 올해의 사업 계획을 작성하고 하다못해 ...
한 달 전 쯤 서울 한 지역 마을 공동체가 운영하는 까페에 등기서류가 도착했다. 몇 년 동안 끌어오던 재개발이 시행되니 12월 말까지 상가를 비우고 재개발 조합에 확인받으라는 내용, 그리고 확인 후 지급할 보상금 액수가 적힌 한 장의 공문이었다. 그날 이후 골목 상인들의 인사말은 달라졌다. 언제 어디로 이사를 갈 것인지 서로 물었지만, 누구도 자신 있게 답을 하지 못했다. 통보된 보상금 ‘협의’를 하러 조합 사무실에 다녀온 상인들로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입소문이 퍼졌다.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정보가 골목을 떠돌았다. 결국 ...
2011년 7월 22일. 노르웨이의 작은 섬 우퇴위아섬에 ‘가짜 경찰’이 나타났다. 가짜 경찰 신분증과 제복을 입은 극우청년 아르네스트 베링 브레이비크였다. 당시 섬에는 노동당 청년동맹 여름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있었고, 브레이비크는 이들을 향해 약 50분 동안 총기를 난사했다. 경찰로 위장한 그는 어떤 의심도 받지 않은 채 섬에 진입했을 뿐 아니라, 경찰의 지시로 가장해 청소년들을 한자리로 불러 모은 뒤 총격을 시작했다. 그는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었던 69명을 사살했고 섬에 오기 전 자행했던 총리공관 폭탄 테러로 8명을...
전공이 미디어 산업과 노동이기 때문인지 관련 주제의 토론회에 자주 참석하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갑자기 불거진 이슈를 다루거나 시급한 대책을 촉구하는 토론회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토론이라는 명칭과 달리 이슈 당사자의 요구를 공론화하거나 정부부처와 해당 상임위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표나 토론이 아니라 관계당국으로부터 분명한 입장과 대책을 확인해야 하는 사회자는 그다지 앉고 싶지 않은 자리다. 그런데 지난 2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의 요청으로 “방송스태프 비정규직...